[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모토를 가진 구글이 현재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진 수호신이다. 사회적 의미로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구글은 전 세계 기술 트렌드를 선도, 이를 공유하며 인류 발전에 큰 공로를 하고 있는 동시에 전 세계 정부들의 기존 정책과 원칙을 흔들고 우위에 서 ‘빅브라더’가 되려는 모습이 공존하는 야누스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이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국정원, 외교부 등 총 7개 부처와 ‘지도국외반출협의체’ 비공개 회의를 통해 구글이 신청한 지도데이터 해외 반출 불가 여부를 결정한다. 결정 후 국토지리정보원은 오는 25일 구글에 최종통보를 해준다.  

지도국외반출협의체 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 국내서 구글이 지도 반출 신청을 통해 혼자서 특혜를 가지려고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진 가운데, 한 쪽에서는 젊은 청년들이 모여 구글에 감사하며 감격하고 열광을 했다.

▲ "악해지지 말자"는 구글은 최근 야누스 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구글은 이 날 서울 삼성역에 위치한 구글캠퍼스에서 국내 비영리 단체들의 사회 혁신 프로젝트를 선정해 총 35억 원을 지원하는 ‘구글 임팩트 챌린지' 결승 행사를 진행했다.

현재 구글은 자선활동과 사회혁신을 맡고 있는 ‘구글닷오알지’ 주관 하에 전 세계 곳곳에서 비영리 단체를 지원하는 구글 임팩트 챌린지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이번 심사에는 정운찬 전 총리, 가수 션, 장미란 전 국가대표 선수,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참여해 구글캠퍼스에 모인 청년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최종 우승 프로젝트 4팀에 선정되지 못한 6개 팀에도 각 2억 5천만 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고 깜짝 발표한 것이다. 일본에서 진행 한 임팩트 챌린지를 제외하고는 없는 케이스다.

선정되지 못해 시무룩해하던 청년들은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 청년들은 행사장에서 폴짝폴짝 뒤며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참여한 청년들에게 그 순간만큼은 구글은 구글신(神)이 된 것이다.

▲ 구글 임팩트 챌린지 최종 우승 4개팀과 각 2억 5천만 원의 깜짝 지원금을 받게된 6개팀이 함께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구글)

구글 측은 최종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좋은 아이디어로 한국 사회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사장되지 않고 실현될 수 있기를 바라는 취지로 즉흥적으로 결정해 이뤄졌다고 말한다.

이 날 방한한 재클린 풀러 구글닷오알지 총괄은 행자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구글은 한국에서 사업하고 기술적 트렌드를 만드는 기업으로 한국에서의 사회환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구글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글의 이런 행태에 못마땅해 한다. 영리기업으로서 최대한 이익을 취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한국서 세금 한푼 내지도 않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운운하고, 청년들에게 푼 돈(?)을 쥐어주며 환심을 사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이 한국에서 모든 결선 참가 팀에게 상금을 쏜 것은 지도 반출과 맞물려 조금이라도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보험과도 같아 보인다”며 “만약 이번에 지도 반출이 거부되더라도 구글은 이 같은 프로젝트를 지속하며 또 한번 기회를 노릴 것이다”고 전했다.        

구글 신(神)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인류의 희망인가? 빅브라더인가?

카이스트 교수진들이 집필한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책이 있다. 과학과 정보산업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구글링을 통해 나오지 않는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구글의 정보 시스템은 전 세계 정보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21세기판 빅브라더의 힘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유명 벤처사업자이자 테크놀로지 시대의 지식 전도사로 불리는 스티브 사마티노의 저서 ‘위대한 해체’를 보면 앞으로 전 세계는 파편화, 융합화로 인한 초연결 사회로 진입하며 정부 대신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세계를 장악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다. 구글이 이 후보군 중 가장 근접한 기업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구글은 손대지 않는 사업이 없다. 익히 알려진 통신 인프라망 구축부터 모바일, 인공지능(AI), 콘텐츠, 자율주행차, 로봇,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4차산업혁명으로 이야기되는 디지털 기술의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 왼쪽부터 구글의 3인방인 에릭 슈미트, 세르게이 브린, 레리 페이지

또, 구글은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필두로 한 유기적 조직 혁신을 통해 조직력과 순발력 모두 갖췄다. 마치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같은 모습이다. 조직의 비대화를 막으며 힘은 응집한다. 일반적인 재벌 기업과 달리 계열사들의 관료화를 막고 스타트업처럼 운영, 첨단적이고 젊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구글 등 미국 IT기업들을 통해 입수된 개인정보가 미국 NSA(미국가안전보장국)으로 전부 흘러 들어간다는 폭로가 나온 후 반독점법 등으로 구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이후 구글이라는 기업은 대중들에게 ‘경이로움’, ‘두려움’ 등 복잡미묘한 감정을 줬다.   

평소 뇌과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래리페이지 알파벳(구글지주사) 최고경영자(CEO)는 “머지않은 미래 머리 속의 초소형 칩을 통해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고 확신한 바 있다.

▲ 구글의 정보 시스템은 전 세계 정보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픽사베이)

뉴욕타임즈는 “2084년 구글은 빅브라더가 될 것이다”라며 구글이 정보를 독점하는 독점 권력으로 비판한 바 있다. 구글을 통한 기술의 발전으로 결국 개개인 모두의 정보가 통제 당하고 감시 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음모론까지는 너무 나갔다는 평가도 많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구글 지도 반출 결정이 국내 IT 산업은 물론 전 세계적인 나비효과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미국이 흔히 국제 분쟁에 깊이 관여할 때마다 미국이 성공시킨 모범 국가로 한국을 뽑듯이, 구글은 이번 지도 반출 성공 여부에 따라 향후 한국을 모범적인 사례로 만들어 전 세계 정부들을 상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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