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택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차기 아이폰 물량의 최소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LG디스플레이도 기존 담당 비중인 30%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 초 AM OLED 전공정에 필요한 열처리∙레이저∙검사장비 수주가 잇따랐다. 하반기에는 본딩∙라미네이션∙모듈 검사 등 후공정 관련 수주가 대거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정 수주는 3개월 주기로 6세대 기준 월 30K 가량 발주됐지만, 후공정은 한꺼번에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하반기에도 전공정 수주가 계속되겠지만, 시장 및 산업계 관심은 후공정에 쏠릴 수밖에 없다. 최근 AM OLED 후공정 관련 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다.

그러나 후공정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데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반도체∙디스플레이 후공정 산업이 저부가가치로 전락하는 사례를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KIPOST는 AM OLED 후공정 산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파악해보고, 사실 여부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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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매장에 설치된 삼성전자 투명 OLED 디스플레이./ 삼성투모로우 제공

 

AM OLED 후공정 장비 기술은 단순 조립 수준이어서 진입장벽이 낮다?

LCD∙반도체 후공정 산업은 이미 후발 업체들이 난립한 상태이며, 일부 영역을 제외하면 부가가치도 낮은 편이다. 

LCD 산업 초장기에는 백라이트모듈(BLU)∙편광필름∙도광판 등 후공정을 담당하는 업체들이 고속 성장을 구가했다.

하지만 중국 등 후발 업체들과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레드오션화 됐다. 반도체 후공정도 마찬가지다. 특수 패키징 등 고부가 시장 일부를 제외하면 경쟁 강도가 심화된 상황이다. 후공정 산업에 대한 편견이 깊은 이유다.

AM OLED 후공정은 다르다. 공정 난이도가 굉장히 높으며, 생산 설비도 고도화돼 있다.

애플이 차기 아이폰용 AM OLED 후공정 물량 중 일부를 폭스콘에 분배하려다 실패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동안 애플 아이폰용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후공정은 폭스콘이 담당했다. 폭스콘은 AM OLED 후공정 투자를 심각하게 고민하다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LCD와 달리 AM OLED 후공정은 공정 기술이 굉장히 어렵고, 투자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자칫 생산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수렁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AM OLED 후공정을 아웃소싱하지 않고 베트남에 직접 처리하는 것도 그 만큼 공정 난이도가 높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AM OLED 후공정 장비 업체들의 기술 수준도 차별화돼 있다.

특히 폴더블 AM OLED 기판은 폴리이미드(PI)로 만든다. 기존 칩온글라스(CoG) 대신 레이저 장비로 칩온폴리이미드(CoP)를 구현해야 한다.

장비 업체 제이스텍은 삼성디스플레이에 본딩 장비를 독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후공정 수주 금액만 3500억원 이상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많은 수의 경쟁사들이 AM OLED 후공정 본딩 장비 시장에 진입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톱텍도 AM OLED패널과 커버유리를 특수 레진으로 붙이는 라미네이션 장비를 독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멀티 벤더를 당연시하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대규모 생산라인 장비를 일부 업체에 독점 공급하도록 한 것만 봐도 업체간 기술 수준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알 수 있다.

AM OLED 후공정 검사 장비도 중요해진다. AM OLED용 PI 기판은 기존 유리 기판에 비해 평탄도가 떨어진다. 드라이버 IC 등 부품이 제대로 부착되지 않으면 불량으로 이어진다. 부품의 부피와 체적까지 검출할 정도의 비전 검사 장비가 중요해진다. 얼마 전 영우디에스피가 백지 공시를 낸 것도 후공정 관련 장비 수주인 것으로 관측된다. 3D 검사장비 업체 1위 기업 고영테크놀로지도 향후 AM OLED 후공정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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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스마트폰 ./ 삼성투모로우 제공

 

올해는 수주 잔치지만, 내년부터 후공정 수주절벽이 온다?

올해 들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애플향 AM OLED 투자에 돌입하면서 유례 없는 규모의 장비 수주가 이어졌다. 올 초에는 열처리∙레이저 등 전공정 장비 수주가 잇따랐고, 하반기에는 후공정 수주가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후공정 장비 수주 잔치가 올해 반짝 일어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내년에도 AM OLED 후공정 장비 발주는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애플 아이폰용 AM OLED 서플라이체인(SCM) 불완전하다. 폴더블 제품은 사실상 태블릿PC 화면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써야 할 AM OLED 물량도 상당하다. 전공정뿐 아니라 후공정 추가 투자가 내년에도 잇따라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국내 업체에 이어 뒤따라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비관론자들의 주장은 중국 업체들이 전공정 장비는 국내에서 사더라도 후공정은 로컬 업체로부터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M OLED 후공정 장비 기술 격차를 감안하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로컬 장비를 구입할 가능성은 낮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후공정 장비 협력사들이 중국 업체와 거래하지 못하게 한 관행도 상당 부분 약해졌다. 중국 정부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폐쇄적인 SCM 관행을 문제 삼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AM OLED 장비는 한국 기업의 노하우가 상당한 만큼 실제로 중국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AM OLED 투자 사이클이 어느 정도 진행된 시점에서 중국 업체들의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3~4년 AM OLED 관련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는 빅 사이클이 도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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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투명 OLED 디스플레이./ 삼성투모로우 제공

후공정 장비는 단순 조립 수준으로 기술력이 낮다?

과거 국내 장비 업체들은 해외 장비를 카피하거나 핵심 엔진을 구입해 껍데기만 붙이는 수준이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의 한 단견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 장비 업체들의 기술력 수준은 과거와 다르다.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고급 인력 양성에도 힘써왔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국내 대기업과 공동 개발을 하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습득해왔다. 결국 AM OLED 장비 분야에서 잠재력이 폭발했다.

AM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 시대를 연 제품이다. 생산 설비도 초기부터 국산화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공정뿐 아니라 후공정 업체와 함께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대거 진행했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

적어도 AM OLED 장비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인 셈이다. 후공정 장비 업체들도 삼성디스플레이와 공동 개발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장비 업체들조차 쉽게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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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투명 OLED 디스플레이./ 삼성투모로우 제공

 

​후공정 장비는 부가가치가 낮다?

통상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전공정 난이도가 높고, 장비 가격도 비싸다. 후공정은 상대적으로 기술 난이도가 낮고, 장비 가격도 전공정 대비 저렴한 편이다. AM OLED도 전공정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장비 가격도 비싼 편이다. 

AM OLED 후공정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가 존재한다. AM OLED 셀(cell)에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등을 부착하는 본딩 장비가 대표적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에 본딩 장비를 독점 공급할 업체로 제이스텍이 유력한 상황이다. 제이스텍은 과거 삼성디스플레이 A2 라인에 15K 분량 후공정 본딩 장비를 독점 공급했다. 

당초 삼성디스플레이는 본딩 장비를 멀티 벤더로부터 공급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이스텍을 제외한 경쟁사들의 제품 성능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오지 못하면서 당분간 독점 공급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본딩 설비가 다른 장비보다 좋은 점은 매년 유지보수 매출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대부분 장비 사업은 수주가 많을 때는 매출이 크게 일어나고, 수주가 없을 때는 너무 줄어드는 등 변동성이 크다. 공정 소모품이나 소재를 같이 납품하는 업체들은 이 같은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본딩 장비는 AM OLED이 바뀔 때마다 부품을 교체해야 하고, 노즐 등 부품이 닳아 새로 갈아줘야 한다. 장비 납품액의 20~30% 정도는 매년 유지보수 매출이 발생한다. 고객사 구매부서가 아닌 제조 부서에서 발주를 내기 때문에 마진율도 좋은 편이다. ISC, 리노공업 등이 납품하는 반도체 테스트 소켓이 제조 부서에서 발주내는 대표 공정 부품이다.

검사장비도 아직은 부가가치가 높은 편이다. AM OLED 셀은 기존 LCD보다 훨씬 얇다. 향후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구현되려면 유리 기판 대신 폴리이미드(PI) 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써야 한다. 이런 기판 위에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를 바로 올린 후 검사하려면 3D 기술이 필요하다.

Lyan Lee
goldlion2@kipos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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