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대기 중 습도가 분명 반도체 수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했다."

수율은 결함이 없는 합격 제품의 비율을 말한다. 반도체 기술 경쟁 가속화 속에서 수율은 제조사의 생존 경쟁력이기도 하다. 

습도 제어를 통해 반도체 수율 높이는 솔루션을 개발한 저스템의 김용진 CTO를 만났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 흐름에 따라 전기 저항성이 낮은 구리(Cu)가 배선 공정에 쓰인다. 여기에 습도 요인이 수율 손상 원인 중 하나라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저스템은 이 부분에서 기회를 봤다.

반도체 클린룸 상시 온도인 섭씨 23도, 습도는 45%에서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며 해당 이슈는 단순히 배선 공정에서 끝날 게 아니었다. 대기 중 산소가 공정 가스와 결합해 반도체 웨이퍼의 수율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김 CTO는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지 않거나 머뭇거릴 때 저희는 반드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할 것이라 확신했다"며 "그 해법으로 로드포트(Load port)에서 습도 제어를 구현하기 위해 집중했다"고 말했다.

김용진 저스템 CTO [사진: 석대건 기자]
김용진 저스템 CTO [사진: 석대건 기자]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를 발견해 해결하려니 초기 데이터가 부족했다.

김 CTO는 "직접 파일럿 모듈을 만들고 조립부터 튜빙, 전기 배선 테스트까지 확인해야 했다"며 "성능 평가 과정를 위해 담당 엔지니어만 접근할 수 있게 폴리스라인까지 설치하고 작업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1세대 습도 제어 솔루션인 N2 퍼지 솔루션이 시장에 나오자, 마침 반도체 수율 중요성이 부각됐고 동시에 저스템도 주목받았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제조 환경인 습도 45%를 유지하면서 수율도 낮출 수 있기에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에 저스템은 클러스터 장비에 장착할 수 있는 로드포트모듈(LPM) 제품을 비롯해 퍼니스(Furnace) 장비 최적화 모듈인 BIP 제품, 웨이퍼의 공정 대기 중 오염을 막는 CFB 제품 등 약 100여 종의 고객 맞춤 솔루션을 개발해 제공했다.

김 CTO는 "구체적으로 반도체 수율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밝힐 수 없다"면서도 "고객사의 추가 수주가 계속된다는 점이 N2퍼지 수율 향상 효과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팹을 비롯해 신규 팹에도 지속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 수요는 꾸준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평범한 대응으로는 부족..."노력하니 고객이 알아줬다"

물론 사업이 예상대로만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반도체 장비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본격적으로 N2퍼지의 글로벌 시장 고객 영업에 나섰던 저스템에게는 말못할 어려움이었다.

특히 국가별 출입국 인원 격리 지침으로 인해 대만, 일본 등에서의 저스템 솔루션 구축 작업은 올스톱될 위기에 직면했다. 한달을 체류해도 그중 절반은 격리돼 비용만 나갈 판국이었다.

김 CTO는 "당시 대만, 일본 등에 저스템 솔루션을 구축하는 중이었는데 입국 제한, 격리조치 때문에 평범한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술사업화 민간부문 산업부 장관상을 수상한 이광재 기술기획팀장(왼쪽)과 김용진 CTO(오른쪽) [사진: 저스템] 
기술사업화 민간부문 산업부 장관상을 수상한 이광재 기술기획팀장(왼쪽)과 김용진 CTO(오른쪽) [사진: 저스템] 

위기는 다른 말은 시험이기도 하다.

이때 저스템은 현지 인력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고객 대응 조직을 대폭 확대했다. 1팀이 대응하는 동안 2팀이 격리하고, 또 다시 국내에서 3팀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공백 기간 없도록 대응팀을 연속 투입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은 국내 귀국 후에도 격리를 거쳐야 했다. 이런 식으로 필요 인력과 비용은 3-4배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저스템은 추가 출장비 지급 등 인적·물적 자원 투입을 계속 이어갔다.

그 과정 후에 얻어낸 것은 고객이다. 저스템의 반도체 습도제어 솔루션 글로벌 점유율은 80%를 상회한다.

김 CTO는 "오히려 현지 팀을 늘려 항상 2팀이 대만에 상주하도록 운영해 1년 동안 차질 없이 현지 고객 기업에 대응했다"며 "그런 노력이 인정을 받았고 대만 시장을 지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저스템은 1세대 제품인 N2퍼지에 이어 2세대 제품인 JFS(Justem Flow Straighter)를 선보였다. JFS는 풉(FOUP) 내 기류 제어 기술 시스템으로, 습도 수준을 1% 이하까지 낮추는 기능을 한다.

김 CTO는 "특정 위치에서 습도 관리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분석했다"며 "3년의 개발과 2년의 양산평가 끝에 개발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JFS는 이미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M사에 두차례 수주를 받아 공급 중이다.

OLED부터 2차 전지까지...기술 횡전개로 사업 다각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사이클에 따른 업황에 대한 불안이 존재한다. 저스템은 기술 횡전개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통해 뚫고 가고자 한다.

김 CTO는 "저희는 N2 치환(반도체), 진공 응용(OLED 디스플레이), 플라즈마(태양광), 수분 제어(2차전지) 등 각 사업군 별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변동성이 심한 사업 환경에서도 성장과 안정이라는 성과를 거두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저스템 신사옥과 내부 직원 휴게실 [사진: 석대건 기자]
저스템 신사옥과 내부 직원 휴게실 [사진: 석대건 기자]

성과로만 본다면 각각의 사업들도 이미 고객사 확보를 마치고 확대 국면이다. 

디스플레이 사업 분야에서는 OLED 진공 챔버 내 이온 조절을 통한 정전기 제어 장치(이오나이저)를 개발해 국내 글로벌 디스플레이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출시 첫 해부터 상당한 규모 매출을 달성했다.

태양광 사업에서는 6년의 업력을 가졌다. 국내 고객사에 태양광 CVD(화학기상증착) 장비 공급 및 셋업을 제공하고 있다.

2차 전지 사업 부문에서도 에이징(Aging) 장비와 롤투롤(Roll to Roll) 장비에 일본 N사에 공급했다. 에이징 장비는 셀단계에서 전지의 수분을 제거하고, 롤투롤은 전극의 수분을 제거해 성능을 높일 수 있다.

김 CTO는 "두 제품 모두 2차 전지의 성능과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수분을 줄이는 기술 장비"라며 "현재 유럽시장과 고객에 집중하고 있고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성장, 엔지니어들의 마음가짐 중요 

저스템의 단기 목표는 1000억원 매출 달성이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서 과거의 성장 방식을 고집할 수는 없다. 저스템은 엔지니어 정신을 강조했다.

김 CTO는 
"기존의 생태계나 과거와 같은 규모로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이를 타개하고 앞서 갈 수 있는 방법은 우리 엔지니어들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저스템은 전 직원의 25%가 연구인력이며, 매년 매출 약 10%를 R&D에 투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수여하는 최우수 기업연구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소기업 중에서는 유일하다.

이어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매출은 증대될 것"이라며 "그 양적 성장과 함께 구성원과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행복과 개인의 성장이라는 질적 성장도 항상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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